전문가 칼럼

고학력 독립이민 왜 서둘러야 하나

작성자 김민경
작성일 2020-12-28
게제신문 매일경제

[김민경의 美썰]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작년 하원에서 발의된 취업이민 비자쿼터 폐지 법안이 올해 말 상원에서도 수정안으로 통과됐다.

이 법안은 비자 적체로 차별 받는 인도 출신 영주권 신청자들을 위해 발의돼 민주당 지지를 받는다. 이 법안의 상원통과에는 다음과 같은 배경이 있다.

미국에서 투표권을 가진 인도계 유권자들은 190만여명으로 미국 전체 유권자의 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이들 대부분이 고학력자에다 상당한 자산가들이며 실리콘밸리의 대형 IT기업 CEO는 물론 임원들도 인도계다.

이들은 선거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에게 거액을 기부하는 등 정치적 목소리를 키워왔고 대부분 민주당 지지자들이다. IT기업들은 핵심 인재인 인도 출신 공학자들의 영주권 보장을 위해 이 법안통과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상대로 엄청난 로비를 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하는데 이런 인도계 미국인들의 영향력도 한몫 했다. 바이든 당선자의 러닝메이트였던 인도계 부통령 당선자 해리스의 입김도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해리스의 이름은 인도 고어인 산스크리트어로 연꽃을 의미하는 카멀라(Kamala)다. 자메이카계 이민자인 부친과 인도 출신 모친의 이혼으로 인도 출신 외가와 가깝게 지내고 본인이 인도 출신임에 자부심을 보여왔다.

미국은 매년 144000개의 취업이민 영주권을 쿼터를 정해 국가별로 7%씩 적용해 발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민 청원을 일찌감치 신청해 승인이 나고도 쿼터제에 걸려 수년째 대기 중인 적체 케이스는 100만 건이 넘는다.

미국이민국(USCIS) 통계에 따르면 인도 출신자의 경우 12월 현재 80만 건이 영주권 문호가 열리길 기다리고 있다. 고학력 독립이민인 NIW 카테고리가 포함된 EB-2 카테고리는 4만40개 비자가 할당돼 있다.

이미 55만명의 EB-2 이민청원 신청자들이 비자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데 이중 512000 명이 인도인이다. 인도 출신 신청자는 USCIS의 이민청원 승인 후 10년 넘게 기다려야 할 정도로 비자 적체현상이 심각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7월 10일 미국 하원에서 취업이민 비자쿼터 폐지 법안(Fairness for High-Skilled Immigrations Act of 2019H.R. 1044)이 통과됐다. 이 법안은 공청회 한 번도 열리지 않고 전광석화의 속도로 통과됐다.

이 법안 수정안 (modified version of H.R. 1044S. 386)도 2020년 12월 2일 상원에서 전원 동의로 통과됐다. 이 수정법안이 법이 되기 위해서는 내년 새 회기 시작과 함께 하원과의 조율과 미국 대통령 서명고도 필요하다.

이 법안에 찬성하는 집단들이 주장하는 H.R. 1044와 S. 386법안 제정에 대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국가별 비자쿼터 제한이 인도인에 대한 비자 적체현상을 일으켰고 이는 인도 출신 이민자에 대한 차별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두 번째로는 이런 법안들이 현재의 심각한 비자적체현상을 해결하는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그럼 현재의 국가별 비자쿼터 제한이 과연 인도인에게 차별적인지에 대해 알아본다. 국가별 비자쿼터에 대한 이민법은 1965년에 제정될 당시 미국 이민을 전 세계의 모든 국가 사람들에게 오픈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처음 법이 제정될 당시 미국 국회의원들의 의도는 국가별 이민자 수의 제한 보다는 영주권을 여러 국가 출신들에게 분배하고자 했다. 이 법의 의도 자체가 특정 국가 출신자를 차별하기 위함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더라도 국가별 비자쿼터 제한은 인도인의 영주권 취득에 차별적이지 않다. 2007년부터 2017년 10년 동안 발급된 누적 취업이민 영주권 숫자는 인도 18523개, 중국 12248개, 한국 115274개, 필리핀이 8만4792개다.

중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에 상대적으로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지만 인도에 발급된 취업이민 영주권 숫자는 중국의 두 배에 달할 정도다. 이런 인구수 대비 발급된 영주권 숫자는 현재의 국가별 비자쿼터 제한에 대한 법안이 인도인에게 차별적이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런 H.R. 1044와 S. 386법안이 비자 적체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까. 미국 이민변호사인 동시에 인권변호사이자 법학자인 Ira Kurzban은 현재의 HR. 1044 및 S. 386에 따라 국가별 비자쿼터가 없어질 경우를 가정해 본다.

현재의 비자쿼터로 인도 출신 영주권 신청자가 10년을 기다린 반면 이 비자 쿼터가 없어지고 2029년이 된다면 NIW를 포함한 EB-2 카테고리의 경우 모든 국가 출신의 신규 영주권 신청자들이 17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한다.

그는 이번 법안은 심지어 인도인들에게도 장기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는 2023년부터 2030년 사이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나머지 국가들의 EB-2 카테고리 영주권 신청자들은 아무도 영주권을 받지 못하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현재의 비자 적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현재 비자 쿼터에 주 신청자 및 동반가족 모두에게 발급되는 비자 개수의 제한 대신에 주 신청자에게만 발급되는 비자 개수에 대한 제한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필자가 보기에도 현재 상원에서 통과된 S. 386은 원래 법안이 해소하려 했던 인도의 비자 적체문제 해결이나 일정 국가 출신자에 대한 상대적인 차별에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인도를 포함한 전세계 모든 국가 출신의 신규 신청자들에게 오랜 기다림을 야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비자 신청인 수보다 비자 발급 수가 적은 상황에서 적체 현상은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적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자 신청인 수가 줄어들지 않는 한 발급되는 비자 개수를 늘리지 않고서는 원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긴 어렵다. 비자 개수를 늘리지 않고 미국이민국에서 이민 청원이 승인 된 후 비자를 발급받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S. 386법안은 인도 출신 신청자들의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전세계 출신 신청자들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연결된다. 결과적으로는 인도 출신 신청자들도 현재보다 더 오랫동안 영주권 발급을 위해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S. 386법안이 하원에서 조율되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하기 전에 이러한 원론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 혹시 현재 고학력 독립이민을 고려 중이라면 국가별 비자쿼터 제한이 없어지기 전에 이민청원을 수속을 하여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민이주 김민경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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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일경제 사회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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